갬블러의 마인드셋
예측 시장이 단지 더 세련된 포장을 한 도박일 뿐인지, 아니면 진짜로 새롭고 유용하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무언가인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다.
하지만 이 논쟁은 핵심을 살짝 비켜간다.
중요한 건 상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상품으로 유입되는 사람들의 ‘마인드셋’이다.
미국은 거의 ‘하이퍼 도박화(hyper-gamblification)’에 가까운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
10대까지 노린 스포츠 베팅 앱들, 한 번의 탭으로 접근 가능한 예측 시장, 월세를 낼지 두 배로 불릴지를 동전 던지기로 결정하는 앱들까지.
리스크는 더 이상 숨겨져 있지 않고, ‘엔터테인먼트’라는 포장으로 노출된다.
세상에겐 매우 슬픈 일이지만, 그게 지금의 현실이다.
도박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사람들은 동물 뼈로 만든 주사위를 굴렸고, 로마인은 검투사 경기에도 베팅했다.
결국 카지노, 복권, 스포츠 베팅이 이 본능을 산업으로 만들었고, 나아가 인프라로까지 발전시켰다.
메커니즘은 더 정교해졌고, 도파민은 더 빨라졌다.
그래서 도박은 규제된다.
왜냐하면 정말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중독시키는 데 너무나도 잘 작동한다.
리스크와 승리에서 오는 도파민은 기술이 발전해도,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
갬블러는 스스로를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이렇게 계속 질 수는 없어”
“이제 바닥이야, 다음 판엔 이길 거야”
“ATH까진 아니어도 회복은 하겠지”
“내 진입가까진 다시 온다”
그들은 희망하고, 기도하고, 감정으로 판단한다.
낯설지 않지 않은가?
이들은 짧은 시간 구간으로 사고한다.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손실보다 승리를 훨씬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
전환점이 오면 자신은 알아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 게임이 구조적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이미 시장에 완전히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지금이야말로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할 때인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는다.
도박인가, 아닌가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도박일까?
주식은 도박인가?
크립토는 도박인가?
예측 시장은 도박인가?
전부 그럴 수 있다.
차이는 보통 ‘엣지(edge)’가 있는지 여부에서 갈린다.
엣지가 없다면, 당신은 변동성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차트나 내러티브로 포장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랜덤이 내 편이길 바라는 것에 불과하다.
카지노는 그렇게 운영되지 않는다.
평균적인 하우스 엣지는 3%에서 8% 사이이다.
작아 보인다. 거의 사소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많은 게임에 걸쳐 누적되면, 이는 매우 안정적이고 거대한 수익이 된다.
하우스는 오늘 결과를 신경 쓰지 않는다.
내일 결과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계속 플레이하도록 만드는 것뿐이다.
그래서 하우스는
인센티브를 주고, 리베이트를 주고, 에어드랍을 주고, 보너스를 준다.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게 만들기 위해서다.
…또 익숙하지 않은가?
시간이 지나면 수학이 모든 걸 해결한다.
누가 이기는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투자자의 마인드셋
투자자는 리스크를 다르게 대한다.
새로운 내러티브를 쫓든,
고수익 기회를 노리든,
거대한 리스크를 감수하든,
느리지만 꾸준한 복리를 추구하든,
좋은 투자자들에게 공통으로 있는 것은
‘구조(structure)’다.
그들은 확신이 아니라 확률로 생각한다.
하나의 베팅이 맞느냐보다, 수많은 반복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본다.
손실은 예정된 것이다.
그저 게임의 일부다.
지루함은 가장 큰 적이지만,
최고의 투자자들은 그 지루함을 다루는 법을 안다.
흥분보다 일관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행동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 때문에 예측 시장의 최상위 퍼포머들은 계속 상위에 머문다.
그들은 대체로 비슷한 전략을 쓴다.
장기적으로 이길 확률이 더 높은 시장만 골라 베팅하고,
포지션 사이징을 통해 손실은 최소화하고 수익은 복리로 쌓는다.
시스템도 없이 주식을 사는 것 = 도박
논리 없이 펌프 이후 크립토를 쫓는 것 = 도박
확률 대신 감으로 예측 시장을 트레이딩하는 것 = 도박
자산이 도박을 만드는 게 아니다.
행동이 도박을 만든다.
투자자는 시간이 자신에게 불리해지지 않도록 포지션을 설계한다.
작은 우위가 쌓일 만큼 오래 살아남는 걸 목표로 한다.
대부분의 결과는 노이즈이며, 확실성은 희귀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단기보다 장기를 본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의 엣지를 갈고닦는다.
엣지
엣지는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정보일 수도 있고,
구조일 수도 있고,
하우스에 더 가까운 위치일 수도 있고,
혹은 남들이 과민 반응할 때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일 수도 있다.
불법이거나 회색지대의 엣지—내부자 정보 같은 것—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것에 접근할 수 없다.
대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이것이다.
우리가 우릴 빨아먹도록 설계된 게임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천천히 복리가 쌓이도록 설계된 게임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하고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이 갬블러가 될지, 투자자가 될지가 갈린다.
리테일은 출구 유동성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리테일은 출구 유동성”이라고 농담한다.
리테일을 온보딩해서 CT가 던지고 나온다는 이야기.
하지만 사실은 이렇다.
2025년의 출구 유동성은 CT였다.
수많은 올드 가드들이 무너졌고,
사업이, VC가, KOL이, 파운더들이 줄줄이 사라졌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
그게 바로 광기다.
시장에서 이 광기는 어디에나 있었다.
같은 셋업,
같은 펌프 이후의 감정적 진입,
같은 광기,
그리고 덤프 이후의 같은 절망.
“이번엔 다르다”
“50%만 회복하면 익절할게”
“90% 더 빠질 리는 없다”
올해의 나는 바로 그 사람이었다.
2024년에 나는 분명히 수익을 냈다.
그리고 2025년에 그 일부를 다시 반납했다.
트럼프 때문도, 멜라니아 때문도, 10/10 때문도 아니었다.
이유는 단 하나.
나는 투자를 멈추고, 갬블러의 마인드셋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짧은 플립은 신념 보유로 바뀌었고,
포지션 사이징은 흐려졌고,
확신은 늘고 구조는 사라졌다.
그 순간엔 무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디핑을 사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건 엣지 없는 디핑 매수였을 뿐이다.
하우스는 사람들이 계속 플레이하고 잃게 만들면서 이긴다.
플레이어가 되지 말고, 하우스가 되어라.
하우스가 된다는 건 거래소나 마켓메이커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 같은 리테일에게 하우스란
속도를 늦추고, 사이징을 지키고,
확률이 명확히 유리할 때만 플레이하는 것이다.
크립토는 이걸 특히 위험하게 만든다.
변동성, 내러티브, 속도—이 모든 게
갬블러의 마인드셋을 보상하는 듯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용히 그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
몇 번 운 좋게 살아남은 걸
반복 가능한 엣지로 착각하지 마라.
연말을 맞아,
조금 멈춰서
올해의 실수를 돌아보고,
배운 것을 정리하고,
2026년엔 확률이 당신 편이 되도록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라.
지금 내가 어느 편에 서 있는지 솔직하게 인정하고,
올바른 편으로 이동하라.
행복한 연휴 보내길.
https://x.com/0xJeff/status/2003834404289044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