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방 리서치 Written by "SB"
📌전쟁이 인플레를 불러오고, 인플레가 채권을 무너뜨리고, 채권이 주식을 삼킨다
1️⃣ 한 달 전, 시장은 낙관론 위에 있었다
2026년 2월 말까지만 해도 시장의 컨센서스는 명확했다.
Fed는 올해 두 번 금리를 내릴 것이고, AI 투자 사이클은 지속될 것이며, 미국 경제는 연착륙을 향해 가고 있다. S&P 500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다.
그리고 3월 넷째 주, 시장은 이 공습의 진짜 청구서를 받았다.
2️⃣ 호르무즈 — 봉쇄가 아니라 "통행세"로 바뀌었다
처음에 시장은 단순하게 생각했다. 전쟁이 나면 유가가 오르고, 전쟁이 끝나면 유가가 내린다. 과거의 패턴이 그랬으니까.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지 않았다. 대신 선박을 골라서 통과시켰다. 선박 당 최대 200만 달러의 통행세를 요구하면서.
블룸버그는 이를 "비공식 통행세 징수"라고 보도했고, 이란은 동시에 통과 선박을 심사하는 자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사실상 수에즈 운하처럼 이 해협을 자국의 수입원으로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다.
트럼프는 이란이 8척의 탱커를 통항시켜 준 것을 "이란이 나에게 준 선물"이라 표현했다.
이는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통행세 징수를 묵인하는 듯한 뉘앙스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려가 된다. 한번 제도화된 통행세 체계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협상 도구"로 남는다. 이는 단순한 유가 문제가 아니다.
특히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에 의존하기 때문에 통행세가 상시화되면 유가 외에 별도의 물류 비용 프리미엄이 한국의 에너지 수입 비용에 영구적으로 추가될 수 있다.
3️⃣ 이란 5개항 역제안 — 협상의 구조적 함정
3월 25일, 트럼프의 15개항 평화안이 유출됐다.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전달됐다는 내용이었다.
시장은 환호했다. S&P 500이 0.54% 반등했고, VIX는 6% 급락했다. "드디어 협상이 시작됐다"는 기대였다.
그런데 같은 날, 이란 국영 언론은 이를 즉각 거부하고 5개항 역제안을 내놨다.
내용은 이렇다. 공격 중단, 재발 방지 보장, 전쟁 피해 배상금 지급, 모든 저항단체를 포함한 전역의 종전.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 주권 인정.
미국이 이 마지막 조건을 수용하는 순간, 이란은 세계 원유 공급의 영구적 통제권을 갖게 된다. 사우디, UAE, 이스라엘이 모두 등을 돌리는 시나리오다. 반대로 이란이 이 조건을 포기하면 강경파 혁명수비대가 가만있지 않는다.
양측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선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스라엘 관계자는 CNN에 이렇게 말했다.
"협상은 추가적인 군사 공격을 위해 시간을 버는 전술에 불과하다."
도이체방크 서베이에서는 글로벌 투자자의 54%가 4월 말 휴전을 예상했다. 바로 이 낙관론이 시장의 추가 하락을 막아주는 마지막 버팀목이다. 그 기대가 깨지는 순간 (트럼프의 이란 공격 유예가 만료되는 4월 6일 ) 이 다음 충격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
4️⃣ 컨센서스가 무너지는 방식
2008년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장면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당시 벤 버냉키는 베어스턴스 파산 직전인 2008년 1월에 이렇게 말했다.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건전(sound)하다."
그로부터 두 달 뒤, 베어스턴스가 파산했다. 'Sound'라는 단어는 파월을 비롯한 현재 연준 위원들도 계속해서 쓰고 있는 단어다.
지금 버냉키의 자리에는 OECD가 있다.
3월 26일, OECD는 미국의 2026년 인플레이션 전망을 2.8%에서 4.2%로 단번에 올렸다. 불과 3개월 전 자신의 전망치를 1.4%p 상향한 것이고, Fed의 공식 전망(2.7%)을 1.5%p 웃도는 수치다.
같은 날 발표된 4Q25 단위노동비용은 +4.4%로 컨센서스를 대폭 상회했다. 관세도, 에너지도 아닌 임금 압력이다. 생산성은 오히려 하락하는 가운데 임금만 오르는 구조 — 기업이 비용을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하면서 인플레의 루프가 닫히고 있다.
시장의 컨센서스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면 이 주의 무게를 알 수 있다.
한 달 전에는 "2026년 2회 금리 인하"가 컨센서스였다. 3월 18일 FOMC 이후 "연내 1회 인하"로 줄었다. 그리고 3월 26일 OECD 발표 이후, CME FedWatch는 12월 금리 인상 확률을 50%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인하 기대에서 동결로, 동결에서 인상 가능성으로 한 달 만에 기대감은 붕괴되었다.
5️⃣ 채권 시장이 가장 솔직하다
주식 시장은 헤드라인에 반응한다. 평화 소식에 오르고, 전쟁 소식에 내린다.
그런데 채권 시장은 다르다. 채권 시장은 거짓말을 못 한다.
이번 주 가장 중요한 시그널은 주가 하락이 아니었다. 30년물 국채 금리가 5% 직전까지 오른 것이었다.
더 중요한 건 그 성격이다. 지난 주까지는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도 강해지고 미 국채로 안전자산 수요가 몰리는 정상적인 패턴이었다. 그런데 이번 주는 미국 금리 상승폭이 영국·유럽을 압도했다.
이건 인플레이션 우려가 아니다. 미국 국채 자체에 대한 신뢰 프리미엄이 빠지기 시작한다는 신호다.
여기에 FT가 보도한 베센트 재무장관의 구상이 더해졌다. 영란은행처럼 재무부가 인플레이션 목표를 설정하고, Fed는 그 목표를 달성하는 실무만 담당하는 구조. 쉽게 말하면 통화정책의 목표를 행정부가 정하는 것이다.
2022년 영란은행이 리즈 트러스 내각을 사실상 무너뜨렸던 것을 기억한다면, 단순한 '종속'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구상이 구체화될수록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중앙은행의 정치화" 시나리오에 가까워진다.
채권 시장은 이미 이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6️⃣ 헤드라인이 놓친 세 가지
첫째, 러시아 질산암모늄 수출 중단.
이번 주 묻혀버린 뉴스다. 전 세계 질산암모늄 공급의 40%를 쥔 러시아가 4월 21일까지 수출을 중단했다. 질산암모늄은 비료의 핵심 원료다. 이미 유가 급등으로 비료 생산 비용이 치솟은 상황에서 공급까지 막혔다.
호주는 이번 주 밀 파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에너지 쇼크 → 비료 공급 차질 → 식량 생산 감소 → 식품 물가 재가속. OECD의 4.2% 전망은 에너지만 반영한 것인데, 이 경로가 현실화되면 그 숫자조차 하회할 수 있다.
둘째, Alphabet의 AI 효율화 논문.
3월 26일 Alphabet이 AI 연산 효율화 연구를 공개하자 Lam Research와 Applied Materials가 -4% 이상 급락했다. 시장은 "HBM 수요가 줄어든다"는 프레임으로 읽었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이 생겼다.
AI 하드웨어에 수십조 원을 집어넣는 투자 테제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닌가.
JP모건이 같은 주에 구글·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5개사를 묶은 CDS 바스켓을 출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월가 내부에서 하이퍼스케일러의 부채 리스크를 심각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셋째, UBS 부동산 펀드 인출 3년 중단.
UBS가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4억 6,900만 달러 규모 부동산 펀드의 자금 인출을 최대 3년간 막았다. 2022년 금리 인상 사이클 때 재연되는 패턴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50%로 가격에 반영되는 지금, 리츠와 부동산 펀드는 이중으로 취약한 구간에 있다.
7️⃣ 2022년 VS 2026년 —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2022년 Fed가 자이언트 스텝을 밟던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는 목소리가 많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같은 점은 채권 금리 급등, 나스닥 기술적 조정 진입, 달러 강세, 리츠·성장주 동반 하락의 패턴이다.
다른 점은 원인이다. 2022년의 인플레는 코로나 이후 공급망 충격과 과잉 유동성의 산물이었다. 지금의 인플레는 진행 중인 전쟁, 비료 수출 중단, 임금 상승, 관세의 4중 복합 요인이다.
2022년엔 "공급망이 정상화되면 인플레가 잡힌다"는 논리가 통했다. 지금은 그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호르무즈가 열리더라도 카타르 LNG 터미널 복구까지 최장 5년이 걸린다. 쿠웨이트 생산이 전쟁 이전으로 돌아오려면 3~4개월이 필요하다. 비료 공급 차질이 식량 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6개월의 시차가 있다.
전쟁이 끝나도, 인플레의 파이프라인은 이미 꽉 차 있다.
#국제

2110
9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