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바는 왜 이성을 만나는 성지가 되었을까?
예전에 이야기했던 문래 한잔이라는 혼술바를 어제 다시 컨텐츠 소재 찾을 겸 다녀왔다.
지난번에는 건대점 가오픈 때 방문한 거라 대부분 지인의 지인들이 많았고, 사실상 “생으로” 경험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녀와서 확실히 느낀 건, 혼술바라는 컨셉이 과거의 헌팅포차나 솔로파티가 담당하던 포지션을 꽤 많이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니즈 자체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성을 만나고 싶어 하는 욕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달라진 건, 그 니즈를 얼마나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싶어 하느냐의 문제다.
헌팅포차나 솔로파티는 목적이 너무 명확하다. “누군가를 만나러 왔다”는 전제가 강하게 깔려 있고, 공간에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 목적을 공유한다. 그래서 좋게 말하면 효율적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부담스럽다.
반면 혼술바는 조금 다르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말을 걸 수 있고, 없으면 그냥 옆 사람과 가볍게 수다를 떨거나 혼자 술 한잔하고 가도 된다. 꼭 무언가를 성취해야 하는 공간이 아니다.
헌팅포차가 스프린트라면, 혼술바는 산책에 가깝다.
비용 구조도 훨씬 가볍다. 헌팅포차나 솔로파티에서는 어느 정도 반강제되는 비용이나 분위기가 있다. 테이블을 잡아야 한다거나, 술을 많이 시켜야 한다거나, 참가비를 내야 하는 식이다.
하지만 혼술바는 보통 술 한 잔이 만 원 초반대이고, 한 잔만 시켜도 크게 부담이 없다.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진입장벽이 낮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최근 혼술바 창업이 꽤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반대로 예전처럼 솔로파티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던 곳들은 많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물론 혼술바라고 다 잘되는 건 아니다.
창업 비용이 비교적 낮다 보니 쉽게 진입하는 곳도 많고, 그만큼 경쟁에 밀려 폐업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 공급이 빠르게 늘어난 만큼, 이제는 단순히 “혼술바”라는 컨셉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워진 것이다.
잘되는 혼술바의 위치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재미있는 건, 주변 상권에 놀 거리가 너무 많은 지역에서는 오히려 혼술바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홍대처럼 클럽, 술집, 라운지, 헌팅포차 등 대체재가 많은 곳에서는 혼술바 자체가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
반대로 주변에 마땅히 놀 곳이 없는 지역에서는 혼술바가 하나의 “가벼운 만남의 장소”로 더 잘 작동하는 듯하다. 경쟁자는 다른 혼술바가 아니라, 사실상 그 지역의 밤 시간을 대체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이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분위기가 생각보다 무겁지 않다는 점이었다. 신기하게도 여성분들이 먼저 말을 거는 경우도 꽤 있었고, 직원분들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는 편이었다.
혼자 와도 어색하지 않고, 누군가를 만나도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
그리고 “만남”이라는 목적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핑계.
그게 지금 혼술바가 헌팅포차와 솔로파티의 자리를 조금씩 대체하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 글을 읽는 솔로 구독자가 있다면, 한 번쯤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부담 없이 한 잔 마시러 갔다가, 생각보다 재미있는 밤이 될 수도 있다.

406
3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