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 공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애초에 지금 ‘온체인 주식’에 대한 실수요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주식 레버리지 트레이딩을 제공하는 선물 거래소를 제외하면, 주식을 굳이 온체인화한 플랫폼에서 실제 투자 목적으로 매수하거나 거래하려는 수요는 아직 매우 적다고 생각한다.
현재 온체인 주식에서 발생하는 거래량의 상당 부분 역시 실제 투자 수요라기보다 시장 간 가격 차이를 먹는 아비트라지에 가깝다. 많은 체인의 현물 거래량에서 아비트라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처럼, 온체인 주식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 발생하는 거래량만을 가지고 “온체인 주식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이것이 금융의 미래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직 과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유의미한 시장이 되려면 예를 들어,
• 기존 금융 인프라로 해당 주식을 쉽게 살 수 없는 지역에 온체인 주식이 공급되거나
• 온체인 주식을 기반으로 다른 온체인 자산과 결합되는 파생상품이나 금융상품이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식의
온체인이기 때문에 생기는 명확한 수요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도 이 글의 주장에 공감한다.
기존 금융자산을 단순히 토큰이라는 형태로 옮기는 것뿐 아니라, 지금까지 시장에서 별다른 ‘가치’가 없다고 평가받아 온 토큰이라는 자산 자체에 더 강한 권리와 신뢰의 틀을 부여하는 것 역시 시장을 크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크립토에서는 계속해서 “토큰에는 유틸리티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백이나 스테이킹 같은 메커니즘을 붙인다.
그런데 더 근본적으로 보면 결국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토큰이든 주식이든 결국 해당 프로젝트나 회사의 미래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가격에 반영하는 자산이고, 그 기대에 따라 멀티플이 붙는다.
차이가 있다면 주식에는 법과 규제가 만들어 놓은 최소한의 신뢰가 있다는 것이다. 회사가 무엇을 공시해야 하는지, 경영진이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 주주에게 어떤 권리가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비교적 명확하다.
그래서 주식에는 적어도 ‘신뢰의 하방’이 존재한다.
반면 토큰에는 그 하방이 거의 없다는 것을 시장 참여자 모두가 알고 있다. 토큰 보유자가 정확히 어떤 권리를 가지는지, 프로젝트가 어떤 의무를 부담하는지, 약속을 어겼을 때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조차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토큰을 반드시 주식과 동일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토큰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권리와 보호, 책임의 기준을 부여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진다면, 단순히 기존 금융자산을 온체인으로 옮기는 것 이상으로 ‘토큰’이라는 자산군 자체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것 역시 토큰화 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있는 중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1409
13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