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자체로서의 리뷰
일단 촬영이 정말 멋지다. 사실상 영화의 대부분은 액션과 추격의 연속인데, 그 과정을 굉장히 몰입감 있게 따라가도록 촬영했다. 주 배경이 되는 마을과 숲의 색감도 인상적이었다.
적어도 한국 영화에서 자주 보던 질감은 아니었다. 묘하게 이국적이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눅눅하고 불길한 분위기가 있었다.
물론 몇몇 소품들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죽은 소나 사람 같은 일부 장면에서는 현실감이 살짝 떨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촬영과 공간의 분위기가 워낙 강해서, 초반부 몰입을 크게 해치지는 않았다.
특히 영화의 절반 정도까지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촬영 방식은 다르지만, 초반 1시간은 영화 <1917>의 원샷 전개를 볼 때처럼 인물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사건 한가운데에 같이 놓이는 느낌이 있었다.
CG
나는 CG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영화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물론 몇몇 장면에서는 배경과 CG가 살짝 어긋난다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주요 인물들과 완전히 분리되어 보인다거나, 영화의 분위기를 깨는 수준은 아니었다. 이 정도면 적어도 “CG 때문에 못 보겠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대사
이 영화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욕이 너무 많다”, “몇몇 대사가 너무 어색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욕은 정말 많이 나온다. 그런데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오히려 욕이 안 나오는 게 더 이상할 수도 있다. 물론 몇몇 구간에서는 욕이 과하게 몰아서 나온다는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욕 자체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다만 대사는 확실히 튀는 지점들이 있었다. 몇몇 문장은 인물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기보다는 번역체 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이 부분은 관객에 따라 꽤 크게 거슬릴 수 있을 것 같다.
스토리
초반 1시간은 정말 몰입감이 좋다. 미지의 생명체를 쫓아가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액션과 긴장감은 관객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후반부다.
후반으로 갈수록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많아지고, 외계인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이야기가 갑자기 복잡해진다. 그런데 각 캐릭터 간의 관계나 외계인의 정체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기보다 장면을 받아들이는 쪽에 가까워진다.
실제로 외계인들이 말을 하기 전까지는 저 존재들이 대체 무엇인지 거의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애초에 친절하거나 명확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면 왜 <호프>는 이렇게 혹평을 받는 걸까?
개인적으로는 이 반응이 어느 정도 마케팅의 부메랑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들을 봤더라도 그것을 꼭 “나홍진 감독의 작품”으로 인식하고 봤을 가능성은 낮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관객 입장에서는 “내가 좋아했던 특정 감독의 신작”이라기보다는, 마케팅을 통해 뒤늦게 “아, 이 사람이 그 영화들을 만든 감독이구나”라고 알게 되었을 수 있다.
여기에 칸 영화제 초청, 오랜만에 나온 한국 대작, 유명 감독의 신작이라는 메시지가 더해지면서 기대감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문제는 그 기대감의 방향이다.
많은 관객은 “오랜만에 한국에서 큰 영화가 나왔다”는 기대를 가지고 극장에 갔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영화는 스토리가 친절하지 않고, 설명도 많지 않으며, 꽤 낯설고 불친절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러니 반응이 갈리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관객이 기대한 것은 대중적인 완성도와 명확한 재미였을 수 있는데, 실제 영화는 훨씬 더 불편하고 모호한 방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마케팅이 만든 기대감과 영화가 실제로 제공하는 경험 사이에 간극이 있었고, 그 간극이 지금의 혹평으로 돌아온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영화를 그럼에도 나쁘지 않게, 재미있게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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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