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가 왜 밈코인을 밀기로 했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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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의 존재 이유는 USDC의 패권을 서클 자체 플랫폼으로 가져오는 데 있다. 그렇다면 그 강점을 활용해 시도할 수 있는 전략이 여러 가지 있었을 것이다.
하다못해 Arc로 유입된 USDC에서 발생하는 수익 일부를 디파이 인센티브로 배분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클라리티 액트 등을 통해 관련 규제가 정리돼야 가능한 선택지일 수 있겠지만.
그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선택한 게 밈코인이라면, 그 판단 자체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로빈후드의 사례도 있고, 규제가 언제 명확해질지 알 수 없는 데다 신규 체인이 새로운 앱을 온보딩하는 것도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니까.
밈코인은 꽤 매력적이고 그럴듯한 선택지였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 생각해볼 게 있다. 과연 서클은 ‘밈코인을 밀어서 성공시킬 수 있는 회사’인가?
이 질문은 두 가지로 나뉜다.
1. 회사가 밈코인의 문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2. 이해하고 있다면, 그 문법에 맞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인가?
개인적으로는 둘 다 아니라고 생각한다.
밈은 인터넷과 사회 전반에서 모방을 통해 퍼지는 문화적 요소다. 형태는 다양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핵심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열광하면서 자발적으로 퍼뜨린다는 데 있다.
여기서 인위적이면 바이럴, 자연스럽게 형성되면 밈이 된다.
밈코인은 그런 문화적 요소에 금전적 가치를 붙이는 행위다. 실제 현실의 밈과 마찬가지로 토큰 자체는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사람들이 공감하고 퍼뜨릴 이유까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로빈후드에서 밈코인이 잘됐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모두가 “로빈후드에서 밈코인 열풍이 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 밖의 곳에서 관심이 생기고, 그 관심이 점차 확산됐다.
투자의 관점에서는 아직 모두가 알아채지 못한 정보의 비효율성이 있었고, 문화의 관점에서는 밈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과정이 있었던 셈이다.
반대로 시장이 처음부터 “이 체인에서는 밈코인이 나오고 잘될 것”이라는 기대를 공유하고 있다면, 같은 흐름이 반복되기 어렵다. 누구나 같은 기회를 예상하고 기다리는 곳에서는, 그 기대 자체만으로 알파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베라체인과 모나드의 케이스가 그렇다.
여기에 팀이 대놓고 특정 밈코인을 밀기 시작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Base에서 그걸 이미 많이 보지 않았는가? 공식적인 홍보로 관심을 끌 수는 있어도, 그 관심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퍼뜨리는 문화로 이어지는 건 별개의 문제다.
그렇다고 서클이 익명 지갑으로 특정 토큰을 매수하고 가격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 회사도 아닐 것이다. 결국 공식적으로 밈코인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쪽을 선택한 것 같은데, 그 방식이 과연 밈코인의 문법과 맞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이러고 갑자기 Arc에서 뭐가 팡팡 터지면서 잘될 수도 있다. 다만 지금 기준으로는, 서클이 가진 강점으로 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 중 왜 밈코인이었는지 여전히 잘 이해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