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언제부터 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함무라비 법전과 창세기에도 언급되는 것을 보면 화폐가 인류 문명과 역사를 함께 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 주로 통용되던 화폐는 금, 은, 동 등으로 주조되어 그 자체로 실물가치를 가지는 동전이었다. 예를 들어 금화는 그 화폐가 표상하는 액면가치(교환가치) 외에 금 자체가 가지는 고유한 실물가치가 있었기에 별다른 저항감 없이 이를 신뢰하며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실물가치와 교환가치의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것은 주조당국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의 최고 업적 중 하나가 동전을 갉아내 금가루를 얻는 행위를 막기 위해 동전 테두리를 톱니모양으로 만든 것이었을까.   <사진=어도비스톡>   그런데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지폐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지폐가 언제 처음 사용됐는지는 논란이 있으나 송나라 신법을 시행한 왕안석이 어음 대신 지폐의 보급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인 지폐 사용이 시작되었다는 점에는 별 이견이 없다. 하지만 당시 상인들은 글씨 몇 자만 적힌 종이쪼가리만 믿고 거래하기를 주저했고, 동파육으로 유명한 소동파 등 반대파 역시 지폐 사용 확대에 반대하였다. 그러나 신법 찬성파는 국가가 지폐의 액면가치를 보증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고, 이는 지폐의 액면금액과 금의 가치를 대응시키는 금본위제도의 근간이 되었다. 그 후 기술의 발달로 실제 지폐를 사용하지 않고 디지털정보만으로도 가치를 교환하는 시대가 되었다. 심지어 필자가 법원에서 유학 중이던 2010년대 초, 그전까지 개념조차 생소한 가상화폐가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그 자체가 보유한 실물가치도 없고, 국가가 보증하지도 않는 가상화폐의 한계에 대하여 많은 우려가 있었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파동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광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다. 그러나 불과 10여 년이 지나 가상자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