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남녀 노동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썰.txt
대학생 때, 호텔에서 연회장/결혼식 이런데에서 알바해본적이 있음
누구나 아는 호텔이고 연예인이나 각국의 귀빈들이 주로 행사에 왔음
당시 최저시급보다 30% 높게 줌
행사가 항상 있는게 아니라 일했던 사람들에게 문자가 오면 선착순으로 예약해서 일했음
(일종의 WL 시스템)
작은 행사는 20명 남짓,
큰 행사는 60명씩 투입됨
행사장 초기 세팅
행사 중 서빙
행사 끝나고 정리
(나비넥타이에 정장, 구두 차림으로 와인 채워주고 그런 일)
이런 것들을 주로 했는데
문제는 따로 있었음
남녀 성비 1대1 정도 였는데
중간 중간 40대 정도 되는 정직원 관리자가 쉬자고 하면 10분씩 쉼
허리 굽혔다 폈다하는게 은근 누적 데미지가 커서 1분만 쉬어도 몸이 풀리는거 같고 산뜻해지는데
자꾸 쉬는 시간에
'남자들이 고생 좀 하자'
이러면서 거대한 테이블이나
5~6명이 붙어서 들어야하는 물건을 옮기게함
행사 단상 이딴거 해체하는데 개힘듬
그걸 쉬는 시간에 시키는데
딱히 부당하다고 생각 못하고 시키는대로 잘 함
이게 나중엔 선을 넘어서 관리자들이 여자만 쉬운일 시키고 남자들만 부려먹는게 심해짐
그래도 난 꿀알바라고 생각하고 계속 했는데
같이 일하던 남자들은 나가 떨어짐
그러다가 한번 대형 행사가 들어와서
50명 알바 모집했는데 남자가 2명만 온거임
(남자는 나 포함 2명)
행사는 그대로 진행함
근데 이 상황에서 조차 쉬는시간에
'남자 들이 고생 좀 하자'라면서
여자만 쉬고 남자 2명 데리고 일 빡세게 시킴
쉬는 시간엔 남자 2명이 강도 높은 일 하고
쉬는 시간 끝나면 다 같이 일 시작
군대 작업 할 때도 끄떡없던 허리가 아프기 시작함
그때 개빡쳐서 알바 안나가게 됨
이후로 여러번 연락옴
'오늘 큰 행사인데 남자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냐'라고
화 내면서 빨리 튀어오란 식의 연락이 옴
어이가 없어서 씹음...
더 빡치는 부분은 마치 내가 빠져서 큰일났다는 식으로 닥달하면서 전화가 옴
그 관리직은 맨날 여자들이랑 농담 따먹기 하고 집갈 때 여자들만 태워주고 남자들과는 사적인 대화 하나도 않던 영포티인데
친한 사이도 아닌데 말을 저렇게 하니까 더 정떨어짐
막역한 형님이 나한테 저렇게 말하면 납득이 되는데... 그게 아님 번호 저장만 된 사람임
근데 그 지경이 되어도
남녀동일 임금 고수하고
남자 알바 숫자가 줄어드는 걸
'요즘 젊은 남자들이 나약하다.' 이런식으로 몰아가고
'오빠는 역시 멋졍' 소리에 녹아버린 관리직들은
깨시민 빙의해서 흡족해하고 있는 거임
지가 일해서 멋있다 소리 들으면 모르겠는데
남자 알바만 부려먹고 지는 옆에서 놈
단순히 몸 쓰는 일인데도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이게 얼마나 헛소리인지 뼈저리게 느꼈음
+
솔직히 남자 시급을 10%라도 더 쳐줬으면 남자알바가 귀해지진 않았다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