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야 하는가?>
한국에서 투표 관련 논란이 커진 와중에 해외에 나와 있어서, 현장의 분위기를 직접 체감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인들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흥미로웠던 건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애초에 투표는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주권의 가장 기본적인 표현이다. 이런 것이 훼손될 수 있다는 선례는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언제든 본인에게도 돌아올 수 있다는 감각이 있기 때문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분노보다 착잡함이 더 컸다. 뭐랄까,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지난 20년 동안 한국 사회에는 상식 밖의 일들이 너무 많았다. 이번 일도 그 연장선 위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시간이 쌓이면서 생긴 피로감과 박탈감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물론 한국은 명백히 전 세계 기준으로 봤을 때 선진국이다. 전 세계가 K-컬처라고 부르는 것에 열광하고 있고,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산업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실제로 한국의 인프라와 생활 환경을 생각해보면, 이와 비교할 수 있는 나라는 세상에 많지 않다.
어느 나라든 정치적, 사회적 문제는 있다. 부의 사다리가 약해지는 것도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젊은 세대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잃어가는 현상 역시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다만 사람은 결국 이기적이고 상대적인 동물이다. 항상 더 나은 것을 추구하고, 더 나은 곳과 비교하게 된다. 그래서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 개인은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그럼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마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하나는 시스템이 회복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것. 다른 하나는 내 삶이 하나의 국가나 하나의 시스템에만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선택지를 넓혀두는 것.
모두가 당장 나라를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소득, 자산, 거주, 법적 체류의 선택지를 한곳에만 묶어두지 않는 것은 개인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 중 하나일 수 있다.
미국의 수많은 억만장자와 기업가들이 미국 시스템 안에서 사업을 하고, 로비를 하고, 기여를 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나라의 시민권이나 거주권을 확보하려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어느 나라든 시스템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결국 원화가 아닌 달러 혹은 다른 화폐를 벌 수 있는 능력, 다른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경로, 그리고 특정 시스템이 흔들렸을 때도 삶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대비책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신뢰는 사회 시스템의 근간이다. 가족 안에서도, 연인 사이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회사 안에서도 그렇다. 작은 관계 안에서도 신뢰가 무너지면 복구가 어렵다. 그런데 그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발생한다면 훨씬 더 어려운 문제가 된다.
한국이 망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망하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느 나라든 신뢰 시스템이 장기간 손상되고 망가졌을 때, 과거의 위상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다. 더 살기 좋은 나라, 국민을 더 잘 보호하는 나라로 발전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반복해서 확인된 일에 가깝다.
그래서 이런 불확실성이 조금씩 커져갈 때일수록, 한 명의 개인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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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