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오늘 한국 경기를 지인들과 함께 봤는데, 다들 화가 난다기보다는 너무 허무하게 져서 허탈해하는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아마 온라인에서도 분노, 비판, 허무함 같은 여러 감정들이 섞여 나오고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이게 단순히 “한국팀이 져서 아쉽다”로 끝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월드컵은 어찌 보면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잠깐이나마 다른 에너지를 주는 이벤트입니다. 다 같이 유니폼을 입고 모여 경기를 보고, 치킨을 시켜 맥주와 함께 먹고, 월드컵을 이유로 연차를 내고, 친구들과 모입니다.
그런 이벤트가 4년에 한 번, 그것도 딱 몇 주밖에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짧은 시간을 더 잘 즐기고 싶어 하고, 그만큼 기대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벤트가 10년 넘게 비슷한 실수와 한계를 반복하는 장면으로 끝나버리면, 단순히 패배가 아쉬운 것을 넘어 일상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기회마저 빼앗긴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허탈해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 이유가 이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 그 과정에서 작게는 한국 스포츠 산업, 크게는 한국 사회 전반에 남아 있는 낡은 구조와 악습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 또 누군가는 평생을 이 순간을 위해 바쳐온 선수들을 보며 자기 자신을 투영했을 수도 있습니다. 축구는 나이가 들수록 퍼포먼스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직업이고, 누군가에게는 이번 무대가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일 수도 있으니까요.
아마 나조차도 열심히 노력해서 온 기회를 타의적 또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박탈 당했다고 생각하면, 그 실망감과 허무함은 말로 할 수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이번 반응은 단순히 “경기를 졌다”는 감정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패배 그 자체보다, 그 패배가 건드린 감정들이 더 격하게 요동친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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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