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 이슈로 난린데... 내게 있었던 일을 풀자면...
군대에 있을 때, 나와 아주 친한 선임이 있었음. 어느 날 그 선임이 휴가 나갔다 복귀했는데, 경찰서에 끌려감. 알고 보니 강간미수 혐의였음. 정황은 이랬음. 대학 친구들 여럿이서 술 마시고 놀다가 선임이 잘 곳이 없으니, 대학 동기 여자 2명이 선심 써서 재워줬다가 문제가 발생한 것.
재밌는 건, 그 선임의 하소연에 부대원 대부분이 동조하고, "선임 잘못은 없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 졌음. 나는 그게 너무 의아했음. 도대체 어떻게 그 여자들 잘못으로 몰아가는 건지, 도저히 납득이 안 됐음. 그 선임이 나와 아무리 친해도, 이건 별개의 문제였음.
그때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음. "저 인간들이 그 여자의 아버지였다면? 혹은 저 선임과 아무 관계없는 제3자였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완전히 달랐을거라 생각함.
결국 그 선임은 법정 싸움까지 갔고, 집행유예를 받았음. 유죄 판결이었음. 그 좋은 대학도 자퇴하고,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음.
이 일을 겪으면서 깨달은 게 있음. 관계와 감정이 판단에 미치는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 본인은 나름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임...
경제적 이해관계는 이런 왜곡이 상대적으로 덜 작동함. 실익이 단순하게 계산되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가 크지 않음. 그런데 정치는 유독 다른 것같음.
정치는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음. 같은 일도 관점, 기준, 상황, 관계, 감정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읽힘. 그 요소들이 뒤섞이면, 말도 안 되는 근거로도 얼마든지 주장이 만들어질 수 있음.
히틀러와 나치의 만행처럼, 지금 우리 눈엔 명백히 말도 안 되는 선택조차, 그 시대의 상황과 분위기, 감정과 관계 속에서 보면 당시 사람들에겐 지극히 당연한 판단이었을 수 있음.
그러니까, 스스로는 이성적 근거로 정치적 의견을 내고 있다고 믿을지 몰라도, 실은 이미 정해놓은 결론에 근거를 갖다 붙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임.
정치 얘기만 했지만, 사실 이건 직장에서도, 친구 관계에서도, 심지어 가족 사이에서도 똑같이 나타남.
그래서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사안을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이 정말 대단한 것임... 그런 사람들은 관계와 감정, 소속감 같은 걸 근거에서 배제하고 사실과 논리로만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임.
이런 사람들이 대중의 분위기나 다수에 휩싸이지도 않으며, 남들이 보지못하는 흙속의 진주를 볼 줄 아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함.
결론... 정치 얘긴 백날 말해봐야 소용없다... 어차피 안듣는다.